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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남도청 청원경찰 훈훈한 소식2023.08.17

배병진 경남도청 청원경찰
화재 현장서 침착한 대응한 청원경찰 "도움 필요한 사람 외면 안 했을 뿐"
이웃집 화재 발견하고 바로 뛰어나가
부상자 응급처치 등 현장 정리 도와
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한 대응 빛나
"아이들에게 당당하고 멋진 아빠 되고파"

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침착하게 부상자를 살피고 구급차와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한 주민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. 불길이 치솟는 화재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기꺼이 이웃을 돕고 조용히 사라진 이는 누구일까?

“부상자를 한쪽으로 옮겨 놓긴 했는데 그다음 어떤 응급조치를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. 그 순간 한 남성이 뛰어오더니 부상자 의식을 확인하고 곧바로 응급조치를 하더라고요. 우리도 경황이 없었는데 정말 고마웠습니다. 사람 목숨이라는 게 짧은 순간이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. 그분이 구급차가 올 때까지 옆에서 상황을 살핀 덕에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생각해요. 당시는 경황이 없어 고맙다는 말을 못 했는데 기회가 되면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.”

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한 아파트 경비원이 지난 17일 단지 내에서 발생한 화재 때 인상적이었던 한 주민을 언급했다.

이날 화재는 해당 가구(132㎡)를 모두 태울 만큼 불길이 거셌다. 화재 당시 집에 있던 3명 가운데 1명은 얼굴을 비롯한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는 등 중상자도 발생했다.

배병진 경남도청 청원경찰은 지난 17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때 부상자 응급처치와 교통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. 배 씨가 지난 23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. /박신 기자

불이 난 아파트 맞은편 동에 사는 경남도청 청원경찰 배병진(36) 씨는 이날 비번으로 집에서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다. 오후 4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살려달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. 얼핏 어린아이 목소리 같았다. 배 씨 자녀도 밖에서 놀고 있던 터라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을 열었다.

그 순간 맞은편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. 불이 난 집 안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. 배 씨는 곧장 뛰어 내려갔다. 내려가자마자 집 안에 남은 사람이 있는지부터 물었다. 다행히 집 안에 사람은 없었다. 곧바로 쓰러져 있는 부상자에게 다가가 응급처치를 시작했다.

“한 명이 의식을 잃은 것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요. 사실 처음에는 안 좋은 생각이 나며 겁도 났는데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이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. 무거운 마음으로 어깨를 툭툭 쳤는데 천만다행으로 의식이 있었어요. 그 순간 그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군요.”

의식은 있었지만 희미했다. 그는 부상자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었다.

“연기를 많이 마셨는지, 지금 상태는 어떤지, 지병은 있는지 등 일부러 말을 걸었어요. 다른 가족들도 무사하다고 알려주며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켰습니다. 다행히도 금방 소방차와 구급차가 왔고 화재 현장 상황과 부상자 상태를 대원들에게 전해줬습니다.”

배 씨는 9살 아들과 6살 딸을 둔 두 아이 아빠이자 청원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.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부상자 응급처치도, 화재 현장 교통정리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.

그는 그날 일을 떠올리며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했다. 경호학과를 졸업하고 태권도, 특공무술, 유도 등 총 15단 유단자인 그는 기업 보안팀에 몸담다 5년 전 법무부 보호관찰소에서 무도실무관으로 짧게 일했다. 그는 6개월 남짓 무도실무관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위급 상황을 접했다.

“불이 났을 때는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생각 못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우왕좌왕하지 않고 침착하게 잘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. 아무래도 무도실무관이나 청원경찰로 일하다 보니 위급 상황 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레 길러졌나 봅니다.”

그는 인터뷰 내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됐다며 의인으로 비칠까 우려했다.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멋지고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어서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.

“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게 남을 돕고 살라는 것입니다. ‘사람을 살렸다, 구했다’ 같은 말은 저에게 과분한 단어입니다. 그것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다 정도만 돼도 충분한 것 같아요.”

/박신 기자